전력 60분35 안즈 전력 60분 : 가위 “으으….”나는 무언가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방은 온통 깜깜했고, 옆에서는 렌과 미림이가 자면서 내쉬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뭐지? 왜 몸이 안 움직이지?’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 더 발악했지만 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잠자고 있는 미림이나 렌을 부르려고 했지만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설마 가윈가?’세실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자다가 귀신한테 잡히면 온몸이 굳어버리고 심하면은 귀신도 볼 수 있다고.‘히익─!’별로 귀신을 믿거나 하지는 않지만 괜스레 가슴이 쫄려왔다. 혹시나 진짜로 귀신이 보이면 어쩌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말로 무언가가 내 눈앞에.. 2016. 6. 4. 안즈 전력 60분 : 눈(雪-芽) 눈이 내렸다. 보통 사람들은 눈이 내리면 반가워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쌓이면 위험하겠다느니, 길이 얼어붙을 거라느니 하면서 항상 볼멘소리를 했다.‘어리석은 사람들.’나는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눈의 무서움은 쌓이는 것도, 나중에 가면 녹아서 얼어붙는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의 진정한 무서움은 소리 없이 내린다는 것이다.눈은 직접 보거나, 느끼지 않는 한 내리는지 알 수 없다. 마치 밤길을 달리는 암살자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의 온기를 빼앗아간다. 온기를 가져갔으면서도 욕심 많은 눈은 바닥에 쌓여 사람들을 방해하고, 좌절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소리 없이 다가와 온기를 빼앗고, 바닥부터 점차 쌓이기 시작하는 눈은 가슴속에도 내렸다. 그것.. 2016. 5. 28. 팬텀루미 전력 100분 : 상처 쾅!“크윽!”벽에 부딪히자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은 그저 인사차 들렸을 뿐인데 설마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아, 이러다가 너 죽는 거 아닐까.”“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은 있나 보지?”그림자로부터 걸어 나오며 남자는 시뻘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루미너스를 쏙 빼닮은 상대는, 마치 먹물에 담가놓은 것 같은 칠흑 같은 머리와 피를 굳혀서 만든 듯한 빨간 눈 때문에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대꾸했다.“자각은 무슨. 이 괴도 팬텀이 그리 쉽게 죽을 거 같아?”“그런 것치고는 꼴이 말이 아닌데.”루미너스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떠올랐다.‘이야, 저 샌님의 얼굴에 저런 표정도 떠오를 수 있네.’피식.이런 와중에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는 것.. 2016. 5. 22. 은월른 전력 60분 : 집착(執着) 밝은 금발을 가진 소년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떨리는 몸이나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에서 나는 그가 울고 있음을 직감했다. 난감한 심정이 목소리에 실려 나오지 않게 조심하며, 나는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에반….”“왜 저는 안 돼요?”소년의 목소리가 내 말을 끊으며 들어왔다. 소년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가득했다.“제가 프리드를 닮았다면서요!”“에반, 그러니까 그건….”“제 외모가 프리드를 닮았다면서요! 제 눈빛이 그와 똑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그를 좋아하셨다면서요! 사랑하셨다면서요!”그런데 왜 저는 안 된다는 거예요?울컥해서 악으로 가득 찼던 목소리가, 마지막에는 다시 울음기를 머금은 상태로 돌아왔다. 가라앉은 목소리를 대신해서 내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 2016. 5. 21. 이전 1 2 3 4 5 6 7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