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즈4

세실안즈 : 꿈속에서 싫어. 싫어. 싫어. 싫어….온통 핏빛으로 물든 땅과 하늘. 그곳에 홀로 주저앉아있는 나. 악몽과도 같은 이곳에서 나는 다시 정처 없이 헤매고, 고통 받고, 괴로워했다.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속으로 수없이 외쳤지만 이것이 꿈일 리 없었다. 그래. 나는 침식에서 벗어나질 못하니까. 이곳에서 지내면서도 항상 이곳이 꿈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너 여기서 뭐하니?”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내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어떤 말을 되뇔 때였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한 여인이 허리를 숙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내가 돌아오지 말랬잖아. 왜 돌아왔어.”“…당신 누구…?”밤하늘의 달빛 같은 머리가 인상.. 2016. 9. 16.
안즈 전력 60분 : 톱니바퀴 사람의 몸은 기계와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계보다는 유연성이 좋지만 어쨌든 간에 기계처럼 어느 부분 한 곳이 망가지면 그것이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 마치 그것은 톱니바퀴 하나가 잘못되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는 기계와 같았다.나도 마찬가지다. 몸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날쌔고 멀쩡했지만 감정을 담당하는 톱니바퀴 한 개가 빠진 것처럼 무뚝뚝해졌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큰 톱니바퀴 한 개가 빠져버렸으니 더 이상 그 부분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세실리아라는 존재가 사라진 자리를 세 명의 가족들이 채워줬으면 했다.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도 컸지만, 세 개의 작은 톱니바퀴가 그 자리를 매꾸어 줄 수 있을 거라 살짝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그녀의 빈자리를.. 2016. 8. 20.
안즈 전력 60분 : 죽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죽음을 경험한다. 아끼던 애완동물, 가깝던 주변사람, 아니면 멀리서 들려오는 사고 소식. 정말 많은 죽음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생각한다.과연 내가 죽을 때는 어떻게 죽을까, 하고.그리고 그것은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 죽음이 항상 불행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굶어서 죽거나, 맞아서 죽거나, 병에 걸려서 죽거나 등등. 어릴 때의 나는 항상 행복하지 않은 그런 죽음을 상상했다.왜냐하면 나는 노예였으니까. 주인의 기분에 따라 맞고, 먹는 음식도 변변치 못하며, 병에라도 걸리면 치료를 하는 대신에 내쫓김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그런 노예.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내게 또 다른 죽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2016. 8. 12.
렌안즈 : 장난스럽게 “할 말 없냐?”“저…, 그게…, 미안….”“그것뿐이에요?”“…….”병상 침대에 앉아있는 파란 머리의 소년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는 두 청년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있었다. 각각 금색의 머리와 연한 다갈색의 머리를 가진 청년들은 그런 소년을 매서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고, 소년은 그들과 눈을 맞추지 못하며 죄스러운 표정만 지었다.그런 그의 앞에 있는 두 청년, 렌과 미림이는 결국 한숨을 쉬며 머리를 털거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침대 옆에 의자에 앉은 미림이는 안즈의 손을 양손으로 쥐며 속상한 듯이 말했다.“제가 말했잖아요. 안즈 씨가 아프면 저희도 아프다고요. 그런데 병상에 계실 정도로 능력을 쓰시면 옆에 있는 저희는 어떻겠어요.”“…미안해.”안즈가 차마 미림이를 쳐다보지는 못한 채로.. 2016.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