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죽음을 경험한다. 아끼던 애완동물, 가깝던 주변사람, 아니면 멀리서 들려오는 사고 소식. 정말 많은 죽음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생각한다.
과연 내가 죽을 때는 어떻게 죽을까, 하고.
그리고 그것은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 죽음이 항상 불행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굶어서 죽거나, 맞아서 죽거나, 병에 걸려서 죽거나 등등. 어릴 때의 나는 항상 행복하지 않은 그런 죽음을 상상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예였으니까. 주인의 기분에 따라 맞고, 먹는 음식도 변변치 못하며, 병에라도 걸리면 치료를 하는 대신에 내쫓김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그런 노예.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내게 또 다른 죽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세계를 집어삼킬 정도의 비가 내리던 날, 그리고 그 날 바람은 나를 감쌌다. 마치 나를 지키려는 것처럼 바람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 길로 나는 주인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고 7대 바람이 되었다.
어째서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나보다 더 뛰어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마석은 나를 선택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내놓지 못했다. 어쩌면 그저 아주 희박한 확률의 운일 수도 있고, 마석의 깊은 뜻이 있을 줄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걸 모른다. 마석이 날 왜 선택했는지, 마석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몰랐다. 그렇다면 그저 이 힘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되는 거였다. 나는 처음으로 주인에 의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의 의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자, 병든 자, 타고나기를 쇠약하게 태어난 자들을 굽어 보살폈다. 내 능력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한 도왔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가끔은 배신도 당했다. 그렇지만 베푼 사랑은 곧이어 나에게도 돌아왔다.
행복했다.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 사람들을 돕고 살았다.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점점 풍족해져갔다. 그리고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갔다. 와중에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맡았다. 모두들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지만 사랑을 가르치고, 베풀고, 받으면서 상처는 점점 아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막내. 사랑을 배우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했으며, 어떻게 베푸는 지도 모르는 아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랑을 아는 아이였다.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침식에서 살아남았으며, 오히려 이곳에서 더 건강을 유지하는 아이였지만 괜찮았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안즈, 너는 사랑을 아는 아이니까. 그리고 그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그러니 원망하지 않아. 내 죽음이 이렇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도 그것이 네 탓은 아니란다. 그러니 건강하렴, 우리 막내.
확실히 타인의 손에 죽는 결말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정말 즐거웠으니까. 어릴 때와는 다르게 내가 죽었다는 것을 슬퍼해 줄 이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가족이 있었으니까. 괜찮다. 이런 죽음일지라도 불행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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