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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하마키네 전력 60분 : 유혹(猶或)

by 망각. 2016. 7. 31.

키네시스, 하나만 여쭤도 될까요?”

뭔데.”

서로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가로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가 아님에도 하얀 마법사는 먼저 키네시스에게 말을 걸었다. 키네시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에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만약 말입니다. 저희가 다른 방식으로 만났으면.”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지금에 집중하지 그래. 어차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거 알잖아.”

키네시스의 말과 동시에 주변으로 건물들의 잔해가 떠올랐다. 그것을 보며 하얀 마법사가 큭 웃었다. 그가 한 손을 들어 올리자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모여들었고 그것은 곧 더스트와 오맨들을 만들었다.

그러네요.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봤자 돌아갈 순 없지요.”

그것을 끝으로 둘은 부딪혔다. 더스트와 오맨들이 거대한 건물들의 잔해가 날아왔다. 크기가 큰 오맨들은 그것을 뚫고 나왔지만 더스트들은 그대로 압사 당했다. 하지만 사라진 만큼이나 더스트와 오맨들이 다시 하얀 마법사를 통해 나왔고, 키네시스는 연신 그들에게 건물들의 잔해를 날려 보냈다.

둘의 싸움은 주변 도시에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 다행히 진즉에 피신시킨 탓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 외에 피해는 막심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는 않았다. 힘을 다 써 지쳐버린 키네시스가 먼저 자리에 주저앉았고, 이어서 하얀 마법사도 주변 잔해에 겨우 몸을 지탱했다. 둘 중에 누구 한 명만 힘이 돌아와도 상대가 죽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키네시스가 침묵을 깨며 하얀 마법사를 불렀다.

.”

뭡니까.”

아까 물어보려던 거뭐야?”

잠시 눈을 크게 뜨던 하얀 마법사가 이내 큭 웃으며 키네시스를 곁눈질했다.

당신도 궁금하긴 했나 보군요?”

시끄러워!”

키네시스가 소리치자 하얀 마법사는 다시 큭큭 웃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땅과는 비교되게 평화로운 하늘을 보며 하얀 마법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혹시 저희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서 만났으면,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쩌면 좋은 파트너로, 어쩌면 더 이상의 관계로.”

키네시스가 놀란 표정으로 하얀 마법사를 쳐다보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하얀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아마 그랬어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걸.”

하하, 그렇습니까?”

하얀 마법사는 몸을 기대었던 잔해로부터 떨어졌다. 그러고는 키네시스 쪽을 쳐다보았고, 키네시스는 몸을 움찔하면서 그를 경계했다. 그러나 하얀 마법사는 이내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렸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요.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요, 키네시스.”

그 말을 끝으로 하얀 마법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멍하니 그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키네시스는 힘없이 땅바닥에 누워 방금 전 하얀 마법사의 질문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그저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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