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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35

안즈 전력 60분 : 우정 “헉…, 헉…, 헉….”양손은 무릎 위에 놓고 허리는 반쯤 숙인 채로 숨을 몰아쉬던 나는 틈틈이 주변을 살폈다. 있는 것이라고는 붉은색의 하늘과 땅밖에 없는 죽음의 땅, 침식에는 오로지 나 혼자만이 서있었다. 그러나 나는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안즈.”키득키득 웃는 소리와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일순 소름이 돋아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뒤로 빠졌다. 앞에는 붉은 무언가가 연기처럼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하나의 형체를 이루어갔고, 그곳에서 나는 나와 똑닮은, 그러나 다른 누군가를 맞이했다.“왜 그렇게 나한테서 도망치려는 거야?”“그야 당연히….”“지금의 네게는 친구가 있으니까?”“…!”여전히 키득키득 웃으며 그는 내게로 다가왔다. 그는 마치 연기처럼, 또는 귀신처럼 내 몸.. 2016. 7. 30.
안즈 전력 60분 : 동병상련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결투장 위에는 파란 머리의 소년과 초록 머리의 소년이 서로를 마주본 채로 섰다. 파란 머리 소년의 손에는 결투용이긴 해도 검이 들려있었고, 초록 머리의 소년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록 머리의 소년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것에 자극받아서인지 파란 머리의 소년도 짐짓 여유로운 척을 했다.“안즈 씨, 어깨에 힘 들어간 거 다 보여요~”반대편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말투에 안즈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경직된 어깨를 풀었다. 한 손을 허리에 얹은 채로 여유롭게 지켜보던 초록 머리 소년, 이프가 씨익 미소 지었다.“긴장하게 눈에 선하네요, 안즈 씨. 이번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는 건 아니죠?”빠직.‘저 녀석…, 반드시 이겨서 입 꿰매고 말 거야.’안즈는 한 손에 검을.. 2016. 7. 23.
은월른 전력 60분 : 아직은 아이인 채로 “나 은월이 형이랑 결혼할래!”“…응?”너무나 갑작스러운 발언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보같이 반문했다. 그러자 내 앞에 서있는 아이가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재차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나 은월이 형이랑 결혼할 거라고!”“하하, 에, 에반? 형이 남자라는 건 알고 있지?”나는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로 물었고, 에반은 너무나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럼 남자와 남자가 결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응, 왜?”“왜냐니…, 그야….”“결혼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는 거 아니야?”“응, 그게 맞긴 한데….”“그런데 왜 남자랑 남자는 결혼하면 안 돼?”나는 이 시련을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순수한 어린이에게 종족번식을 위해서는 남녀가 함께 있어야하며.. 2016. 7. 16.
안즈 전력 60분 : 리본 “흐음….”나는 거울 앞에 선 채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거울에 나는 하얀색의 예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검은색의 긴 천이 들려있었다.“이걸 이렇게 하는 거였나….”나는 검은색 천으로 목을 한 번 감고는 목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계속 거울을 확인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역시나 엉성했다. 한숨을 쉬며 다시 천을 푸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똑똑.“안즈 씨, 아직 멀었나요?”문 밖에서 미림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어, 으응! 거의 다 됐어!”“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릴게요.”“어, 알았어!”얼른 대답을 한 나는 다시 거울을 쳐다보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안 그래도 메기 힘들었는데 조급함까지 더해지자 천은 더 엉성하게 메어졌다. 내가 천을.. 2016.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