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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안즈 전력 60분 : 리본

by 망각. 2016. 7. 16.

흐음.”

나는 거울 앞에 선 채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거울에 나는 하얀색의 예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검은색의 긴 천이 들려있었다.

이걸 이렇게 하는 거였나.”

나는 검은색 천으로 목을 한 번 감고는 목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계속 거울을 확인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역시나 엉성했다. 한숨을 쉬며 다시 천을 푸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안즈 씨, 아직 멀었나요?”

문 밖에서 미림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 으응! 거의 다 됐어!”

, 그러면 여기서 기다릴게요.”

, 알았어!”

얼른 대답을 한 나는 다시 거울을 쳐다보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안 그래도 메기 힘들었는데 조급함까지 더해지자 천은 더 엉성하게 메어졌다. 내가 천을 메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그 때 문 밖에서 또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암, 안즈 아직도 멀었대?”

거의 다 되셨대요.”

어떻게 늦게 일어 난 나보다 더 오래 걸리냐.”

그게 자랑은 아니신 걸 아실 텐데요, 렌 씨.”

렌과 미림이가 아옹다옹하는 소리에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 결국 타이가 완전히 엉키고 엉킨 엉망진창 상태가 되었다. 그것을 풀려고 했지만 엉켜버린 천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고 결국 나는 그 상태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문 바로 앞에 서있던 미림이와 렌은 내 상태를 보자마자 즉각 반응을 보였는데, 미림이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고 렌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띠웠다. 그는 손수 엉켜있는 타이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냐.”

미안하게 됐네요.”

끄응, 꽤 엉켜있네. 잠시만, 됐다.”

힘겹게 타이를 풀어낸 렌은 본인이 묶어주려는 듯 천을 든 상태로 내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뒤로 천을 감아서 앞으로 가져와 두 개의 천을 교차시켰다.

두근!

천이 교차되는 순간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렌의 손을 쳐냈다. 탁 소리와 함께 내 목으로부터 렌의 손이 멀어졌다. 나는 당황해서 목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도 재빨리 사과를 건넸다.

, , 미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괜히 변명할 필욘 없어. 나도 아니까.”

안즈 씨, 괜찮으세요?”

사과를 건네는 내게 렌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고 미림이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왔다. 나는 힘없이 으응, 이라고 대답했고 미림이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아직 다른 분이 메어주는 건 무리인가 봐요.”

미림이가 돌아보며 말하자 렌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잠시 손에 든 천을 내려다보던 그는 말없이 다시 나를 향해 손을 뻗었고, 내가 다시 몸을 움찔 떨자 그는 손을 뻗던 것을 멈추면서 말했다.

안즈, 무서우면 잠시만 눈 감고 있어 봐.”

눈 감고 있으면 더 민감해질 거야.”

괜찮으니까 나 한 번만 믿고 눈 감아 봐.”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와 같은 뻔뻔함에 가까운 자신감이 서려있었다.

알았어.”

한숨을 푹 쉬면서도 나는 속는 셈 치며 눈을 감았다. 렌이 그럼 이제 멘다, 라며 신호를 줬고 내 어깨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뒤이어 천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

하지만 그 감각이 목이 아니라 턱 아래 부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해하지 않았다. 그것에 나는 안도했지만 그러한 감정 이후에 몰려온 것은 의아함이었다.

혹여라도 다른 방법으로 메는 걸까 싶어 가만히 있어보니 천이 메어지는 감각은 목 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머리 쪽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천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됐어. 눈 떠도 돼, 안즈.”

?”

나는 눈을 뜨면서도 여전히 의아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렌과 미림이가 어째선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미소를 짓는다기보다는 재밌어서 웃는 표정에 가까웠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턱에 가져다댔다. 역시나 천의 감촉이 느껴졌다. 뒤이어 그 천을 따라 점점 손을 위로 옮겨갔다. 턱에서 볼로, 볼에서 관자놀이로, 그리고 마침내 머리까지.

!”

나는 머리 위까지 올라가있는 천을 손으로 만지는 순간 급히 세면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

거울 속 나는 멍하니 나와 눈을 맞추다가 점점 얼굴이 빨개져갔다. 그러면서 고개는 아래로 떨어졌고, 거울에 비친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머리 위에는 검은색의 리본이 달려있었다.

레에에에에에엔-!”

내가 렌을 울부짖으며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렌이 도망을 간 뒤였다. 나는 도망친 렌을 따라 온 방 안으로 뛰쳐 들어갔고 그렇게 우리들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신년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될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온 방을 헤집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