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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35

하마키네 전력 60분 : 만약에 나는 내 아래 누워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하얗게 샌 머리는 굴러다니는 먼지와 바닥에 흐르고 있는 피에 엉켜 더러워진지 오래였고, 그의 검은색 양복 아래 있는 하얀 와이셔츠에도 마찬가지로 더러운 먼지와 피가 묻어있었다.입에서는 피 한 줄기가 애처롭게 흘러내렸고 그의 눈에서 빛이 희미해진 지는 오래였다.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닌지 연신 기침을 하면서 그는 목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나는 연신 숨을 헐떡이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야, 죽었냐.”“…쿨럭. …아직입니다.”“쳇, 목숨 한 번 끈질기네. 바퀴벌레도 아니고.”“…하하, 너무 하시네요.”나는 힘없이 축 늘어져있는 그를 내려다보다가 힘없이 옆에 주저앉았다. 주변에 있던 도시들은 이미 잔해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에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스쳐지.. 2016. 7. 10.
안즈 전력 60분 : 추억 & 후회 “가장 좋았던 분이요?”대기실처럼 보이는 방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한 쪽은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카메라 뒤에서 종이와 펜을 쥔 채로 앞에 있는 이를 쳐다보았다. 카메라 앞에 있는 하늘빛의 머리칼을 가진 소년, 안즈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곧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너무 다양해서 대답을 못 하겠어요. 사람들하고 같이 있었던 장면들은 하나같이 다 재밌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한 명만 고르기에는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었어요.”“그렇군요. 그럼 다음 질문 드릴게요. 촬영하면서 가장 후회가 든 장면은 무엇인가요?”안즈는 이번에도 살짝 대답하기를 망설이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후회가 되는 일도 엄청 많았어요. 특히 제가 검을 사용해야하.. 2016. 6. 25.
안즈 전력 60분 : 가족 & 나비 “더워….”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지나가고, 여느 때처럼 찾아온 여름이지만 다락방에서는 이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었다.“안즈 씨, 렌 씨 괜찮아요?”“넌 지금 이게 괜찮아 보여?”미림이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지만 대꾸하는 렌의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그만큼 렌은 지금 무지 힘들어하고 있었다. 애초에 켈른 출신인 그에게 이런 더위는 쥐약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안즈 역시 마찬가지였다.“더워서… 죽을 거 같아….”침식은 춥다. 온기뿐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싸한 곳이었기에 안즈는 지독한 추위는 느껴봤어도 이런 더위는 익숙지 않았다. 렌은 방바닥에 누운 채로 고개만 안즈에게 돌리며 물었다.“야, 안즈. 너 그 아티팩트로 어떻게 좀 안 되냐?”“…이 상태로 그거 쓰면 방에 있는 물건 다 날아갈 걸.”“으.. 2016. 6. 18.
안즈 전력 60분 : 바람 바람이 내 곁을 스쳐지나가면서 머리칼을 헝클였다. 마치 쓰다듬어주는 듯한 감각에 나는 정말 간만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감각은 멀게만 느껴지는 과거를 떠올리게 해주기에는 충분했다.그 때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때, 그러면서도 가장 행복하던 때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건 덜했었다. 세실리아에게 검을 배우는 것이 힘들긴 했어도 충분히 재밌었고, 인정받고 싶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특히나 그들이 나를 아껴줄 때는 모든 피곤함과 고난이 다 날라가는 느낌이었다. 리치카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나 세실리아는 종종, 아니, 엄청 자주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었다.그동안 받지 못했던 사랑을 그녀 혼자서 베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는 항상 사랑을 입에 담았고, 응어리 진 내 가슴을 .. 2016.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