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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안즈 : 다락방즈, 뷔페에 가다

by 망각. 2016. 8. 7.

웅성웅성.

많은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이들은 음식이 놓여있는 곳을 접시를 든 채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오는 세 명의 소년들의 얼굴에는 제각각의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와서 직원에게 자리를 안내해달라고 하는 셋 중 가장 키가 큰 금발의 소년과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주변을 둘러보는 연갈색에 긴 생머리를 가진 소년, 그리고 쭈뼛쭈뼛 선채로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푸른색 머리를 가진 소년이었다.

직원에게 안내를 받는 그 순간까지도 셋의 반응은 이렇듯 제각각이었다. 마침내 자리에 앉아 셋만 남게 되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연갈색 머리의 소년이었다.

렌 씨, 저희 진짜 이런 델 와도괜찮은 거예요?”

아아,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내가 쏜다니까?”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렌을 미림이가 어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렌은 그런 그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는 여전히 어깨를 움츠린 상태로 주변 눈치를 보고 있는 푸른색 머리의 소년을 향해 돌렸다. 그는 씨익 웃으며 푸른색 머리의 소년을 불렀다.

안즈,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 , 아니. , 이런 곳 처음이라.”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를 보면서 렌은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나머지 두 소년을 쳐다보았다.

, 가자. 어떻게 먹는지 가르쳐줄게.”

렌이 당당하게 일어서자 미림이랑 안즈도 쭈뼛쭈뼛 하면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사람들이 접시를 든 채로 돌아다니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고, 그곳에서 접시를 꺼내서 안즈와 미림에에게 나눠주고 제거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설명했다.

여기 있는 음식은 그냥 원하는 걸 꺼내서 접시에 담으면 돼. 그리고 그 접시를 자리에 가져가서 먹은 다음에 다른 그릇을 또 꺼내서 또 다른 음식을 담아오면 되고. 그러니까 한 접시에 무작정 다 담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 그러니까 무작정 막 뜨면 안 된다, 안즈?”

렌은 씨익 웃으며 안즈를 쳐다보았다. 안즈는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쳤다.

, 그 정도는 들으면 알거든!”

왠지 네 표정이 음식을 탑처럼 쌓을 기세여서 말이야.”

렌이 킥킥 웃으며 대꾸하자 안즈가 얼굴을 더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렌은 더 키득거렸고 미림이도 접시를 들지 않은 손을 입술에 가져다대며 하하 웃었다. 그러고는 렌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러면 음식을 떠오는 순서 같은 건 없는 건가요?”

, 상관없어. 그냥 원하는 걸로 아무거나, 이 식당에 있는 동안 아무 때나 가져오면 돼.”

그 말에 안즈가 눈을 번뜩이며 디저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렌이 살짝 그의 뒤통수를 쳤다.

! 왜 때려!”

왜 때리긴! 디저트는 나중에 먹어! 뭘 처음부터 디저트 먹으려고 입맛 다시고 있어!”

, 아니거든!”

안즈는 몸을 움찔 떨면서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그런 그의 눈은 렌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렌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자 안즈는 난감한 표정으로 식은땀마저 흘렸다. 결국 둘을 중재한 것은 언제나처럼 미림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렌을 음식 쪽으로 떠밀었다.

자자, 얼른 먹으러나 가요. 이러다 온 보람도 없이 음식도 못 먹겠어요.”

, ? , 그래.”

그렇게 음식탐방을 나선 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접시에 담았다. 렌은 익숙하게 자신의 취향에 음식들을 가지런히 접시 위에 올려놓았고, 미림이는 정말 한 조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양으로 음식들을 접시 위에 담았다. 그리고 안즈는 렌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음식들이 접시 위를 가득 채웠다.

각자가 음식을 떠서 자리로 돌아왔을 때 렌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 아까 내 설명은 그냥 한 귀로 흘려보냈냐?”

렌의 한숨과도 같은 말에 안즈가 난감한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렌은 그런 안즈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곧바로 그 시선을 미림이에게로 돌렸다. 이번에도 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것만 먹는 거야?”

저는 음식을 많이 못 먹으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미림이를 쳐다보기를 잠시 렌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그러자 미림이와 안즈도 그를 따라 식기를 들었고 렌이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먹자.”

그 말을 시작으로 셋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미림이는 소식을 하는 만큼 느긋하게 음식을 먹었지만 렌과 안즈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음식을 빠르게 해치웠다. 그래서 미림이는 계속 자리에 남아있는데 반해 안즈와 렌은 계속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마침내 디저트를 가져오기 시작한 안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그것들을 해치웠다. 앞 옆으로 그것을 쳐다보던 렌과 미림이의 얼굴은 걱정 반, 웃음기 반으로 채워졌다.

야야, 천천히 좀 먹어라. 계속 다녀와도 된다니까?”

그래요, 안즈 씨. 또 다녀오면 되니까 천천히 드세요.”

, , . 쿨럭!”

그렇게 대답하는데 갑자기 안즈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안즈!”

안즈 씨!”

깜짝 놀란 렌과 미림이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들은 얼른 안즈의 옆으로 가서 그의 등을 두드렸다.

야 이 바보 같은 자식아! 그러니까 천천히 먹으랬잖아!”

렌이 안즈의 등을 두드릴 때마다 퍽, , 퍽 소리가 울려 퍼졌고 덩달아 안즈의 입에서 기침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컥, , 컥 소리가 새어나왔다. 안즈의 눈가에 눈물까지 맺히자 옆에서 지켜보던 미림이가 뭐하는 거냐고 소리치며 렌을 대신해 약하게 등을 두드리며 안즈에게 물을 건넸다.

쿨럭! 쿨럭! 쿨럭!:

미림이가 건넨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몇 차례 다시 기침을 한 안즈가 드디어 진정이 된 얼굴로 돌아오자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림이는 안즈의 등을 쓰다듬었고 렌은 안즈의 정수리에 알밤을 먹였다.

그니까 내가 천천히 먹으랬잖냐!”

, 미안.”

왜 안즈 씨를 때려요! 안즈 씨 괜찮아요?”

, . 괜찮아.”

안즈가 멋쩍게 웃으면서 볼을 긁적였다. 그는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볼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렌은 이내 다시 한숨을 쉬었다가 픽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다. 먹고 싶은 거 마저 먹고 이만 나가자.”

아니야, 됐어. 다 먹었어.”

정말요? 더 먹고 싶은 거 없으세요?”

, 괜찮아. 충분히 배불러.”

안즈의 얼굴이 행복함으로 물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렌과 미림이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함께 걸어 나가는 그들의 주위로 행복한 대화소리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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