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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프리은월 : 예언

by 망각. 2017. 5. 30.

당신의 동료는 곧 죽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이곳은 어느 공간일까. 그것을 알아보기는 너무도 어려운 공간이었다. 땅은 밟히지 않았고, 주변은 일렁거리는 무언가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두 사람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오로지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모래시계를 든 여인은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동료인 이 죽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륀느시여, 그게, 진정입니까.”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착잡한 심정으로 묻는 질문에, 여신은 잔인하게도 판결을 내리듯 단호히 대답했다. 오닉스 드래곤과의 계약의 증표가 그려져 있는 로브를 입은 금발의 청년, 프리드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미래는, 예정된 미래는,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앞에 있는 그녀는, 절대로 그것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대에게 말해줄 것은 이것뿐이에요. 아무쪼록 그대와 동료들이 잘 이겨내기를 바랄게요.”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빛에 감싸였고, 강렬한 빛에 눈을 감은 프리드가 다시 떴을 때 보인 것은 이질적인 공간이 아닌 자신의 침실 천장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그는,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고는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갈빛 머리를 늘어뜨리고,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는 보랏빛 눈을 가진 청년이 있었다.

프리드, 괜찮아?”

.”

아까부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어. 악몽이라도 꾼 거야?”

청년의 말에 프리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만 벙긋대다가 슬며시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 그것에 청년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프리드의 상태를 살폈다.

정말 큰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아니면 어디 아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아니, 어쩌면 악몽이 맞을 지도.”

왜 그래. 도대체 무슨 꿈을 꿨는데 그래.”

청년의 말에 프리드는 울컥하는 목소리로 천천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꿈에서 시간의 여신 륀느를 만난 것과, 그녀로부터 들은 예언의 내용을. 결국 말을 하며 눈물을 떨어트린 프리드는,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조심해. 위험한 일에는 되도록 나서지 마. 그리고, 미안해. 차라리, 차라리, 그 예언의 대상이 나였으면, 하다못해 내가 대신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내가 널 불러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던 청년은 곧 프리드의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 자신의 품에 그를 안았다. 그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청년은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아주 조금의 원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괜찮아. 오히려 네가 손내밀어줘서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맞이할 수 있었는 걸. 네가 미안할 게 아니야. 나도 조심할 테니까, 프리드도 그런 생각하지 마.”

그리고, 다행이야. 그 예언의 대상이 네가 아니라 나여서. 청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참을 프리드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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