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의 옷깃을 강하게 쥐는 에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에반은 그 상태로 은월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목 멘 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아해요…, 좋아해요, 은월.”
은월은 그런 에반의 고백에 난감해했다. 에반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 프리드의 뒤를 이어 동료들을 이끄는 훌륭한 아이였고, 자신에게 있어서는 귀여운 동생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도저히 에반에게는 연정이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프리드의 후계자고, 프리드와 비슷한 면모가 많았어도 그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은월은 한 손으로는 에반의 등을, 한 손으로는 에반의 뒤통수를 감싸 안으며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미안해, 에반.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널….”
“왜요?”
안 그래도 강하게 옷깃을 쥐고 있던 에반이, 전보다 더 세게 옷깃을 쥐어왔다. 은월은 애잔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이해시키려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에반….”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
하지만 그런 은월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에반이 소리쳤다. 얼굴이 아래로 향해있어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은월은 에반의 목소리에서 슬픈 감정과 함께 분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왜 프리드는 되고 저는 안 되는 건데요!”
“에반….”
“프리드를 좋아하셨다면서요! 제가 엄연한 프리드의 후계자라면서요! 저와 프리드가 많이 닮았다면서요! 그런데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 왜! 왜! 도대체 왜!”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한 에반은 울음을 터트렸다. 떨리는 여린 몸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고민하던 은월은 결국 뒤통수를 감싸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었다.
속 편히 울라는 뜻에서 은월은 에반의 등을 토닥여주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은월은 에반에게 안타까운 감정과 미안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그에 대한 미안함과, 이런 자신을 사랑해버린 그에 대한 안타까움. 결국 은월은 에반이 울음이 그칠 때까지 그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고, 에반의 울음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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