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리아?”
“오늘도 또 왔나요, 팬텀.”
능청스럽게 말을 붙이는 나를, 너는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는 반가운 표정에 나는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왔냐니. 이거 섭섭한데?”
“표정에 거짓말이라고 쓰여 있거든요?”
“어라? 들켰어?”
능글맞게 웃으면서 다가가자 너는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그래서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내가 온 이유가 뭐가 있겠어. 에레브의 보물을 훔치러 왔지.”
“그런 것치고는 너무 당당하게 들어오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다가 곧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너의 옆에 도착한 나는 손에 장미꽃을 나타나게 한 다음, 미소 띤 얼굴로 너에게 내밀었다.
“보물이 눈앞에 있는데 모습을 안 드러내는 괴도는 없지.”
“칫. 이럴 때 보면 당신 완전 능글맞은 거 알아요?”
장미꽃을 받아들면서도 너는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밤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게 내 매력이지.”
“후후, 정말 당신은 못 말리겠어요.”
작게 미소 짓는 너를 보며, 나는 목 위로 치솟아 오르려는 말을 애써 삼켰다.
-좋아해, 아리아.
너는 에레브의 여제, 그리고 나는 자유분방한 괴도. 그렇기 때문에 차마 너에게 이 말을 할 수 없었다.그저 지금처럼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그런 애매한 사이가 나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너의 복수를 위해 나는 프리드와 동행했고, 결국에는 복수를 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검은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수 백 년을 얼음 속에 갇혔다.
하지만 복수를 마쳤어도, 수 백 년을 얼음 속에 갇혀 있어서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너는 내 머릿속에서 선명히 떠올랐다. 특히나 지금의 여제는 어째선지 너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직도 아리아를 잊지 못하나?”
“…자고 있는 거 아니었나.”
눈을 감고 있던 신수의 눈이 떠지자 나는 그 눈을 마주했다. 신수의 눈이 자신의 옆으로 향하자, 마찬가지로 내 눈도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 끝에는 신수의 몸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고 있는 시그너스 여제가 있었다.
“이 아이를 보면서 아리아를 떠올렸겠지.”
“…네가 상관할 게 아니야.”
“다시 한 번 묻지. 아직도 아리아를…, 사랑하나?”
나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카드 모양의 빛 덩어리들이 내 몸을 감쌀 때, 나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앞선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그 때도, 지금도.”
그래.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마치 돌에 새긴 글자처럼 너는 내 마음 속에 새겨졌다. 그 흔적이 너무나 깊어서 아마 죽을 때까지 너를 잊지 못 할 것이다. 그러니까 아리아, 기다려줘. 언젠가…, 언젠가…, 다시 너를 만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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