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시끌벅적한 교실 안은 평범한 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학생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장난을 치는 그런 평범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한 남학생도 겉으로 봐서는 특별할 것 없는 학생이었다.
물론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앞머리를 세웠다는 특징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그것을 빼고는 남학생은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평범한 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남학생, 키네시스의 휴대폰 진동이 울린 것은 그 때쯤이었다.
우웅.
‘응? 누구지?’
그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에 있을 시각에 메시지를 보낼 만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키네시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 시각에 보낼만한 인물을 추려봤지만 기껏 해봐야 떠오르는 인물들은 메이플 월드의 사람들이나 제이 정도였다. 메이플 월드의 사람들이라면 제이를 통해서 연락을 할 테고, 제이라면 머릿속으로 직접 얘기할 테니 당연히 이 경우에는 제외되었다.
도대체 누굴까 하면서 휴대폰 화면을 킨 키네시스의 얼굴은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메시지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온 것이었는데, 메시지에 묻어나오는 말투를 통해서 키네시스는 발신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학교 끝나면 카페에서 만날까요?】
키네시스는 말없이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친구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나서야 표정을 갈무리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친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변명하면서,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웠다. 그런 그의 속에는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 족칠지에 대한 고민만이 가득했다.
하교 후, 키네시스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한 카페를 찾아갔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칸막이로 방이 나뉘어있는 그런 카페였다. 키네시스를 본 종업원은 익숙하게 한 방으로 안내를 했고,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익숙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오셨습니까, 키네시스?”
“그래, 왔다. 어쩔래.”
반갑게 맞이하는 상대에게 불퉁하게 대답한 키네시스가 그의 맞은편 자리에 걸터앉았다. 팔짱을 낀 채로 상대를 노려보자 상대가 능글맞게 웃어왔다.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어. 뻔뻔함이 묻어있네.”
“그런 말하면 저 상처받는다고요?”
“웃기고 있네.”
키네시스의 맞은편에 있는 남성은 복장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학생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말은 키네시스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이었는데, 키네시스의 행동은 불퉁한 것을 넘어 점점 무례해져만 갔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런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키네시스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냐니! 너랑 나랑 적이라는 자각은 없는 거야?”
그렇다. 지금 키네시스의 앞에 있는 남성은 목까지 오는 덥수룩한 백발을 가지고, 벽안의 눈을 가진,얼마 전까지만 해도 키네시스와 전투를 치루던 하얀 마법사였다.
“물론 있습니다만.”
“그런 놈이 카페에서 보자고 연락을 해 와?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여러 번!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그가 키네시스를 카페로 불러낸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오늘의 만남 이전에도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키네시스의 번호로 문자를 보내왔다. 비록 문자 메시지였지만 말투에서부터 그라는 것을 알아챈 키네시스는 만반의 전투 준비를 한 채로 이곳에 왔었다.
하지만 건물 안, 그것도 여러 고층 건물들 사이에 있는 상가 건물에서 싸울 수는 없었고, 그것을 빌미로 그는 계속해서 키네시스를 문자로 불러냈다.
그냥 안 나오면 되는 일이긴 했으나 그는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가지고 협박했고, 번호를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그새 연락을 하는 통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당신에게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고.”
“그리고 나도 말했지. 그딴 개소리 하면 죽인다고.”
“하지만 결국엔 안 하잖습니까.”
“그거야 네놈이 항상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하니까…!”
똑똑.
하얀 마법사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려던 키네시스는,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얀 마법사의 허락을 받고 문을 열고 들어온 종업원은 수줍게 키네시스와 하얀 마법사를 번갈아보며 커피 잔 한 개를 내려놓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종업원이 나가자 이어서 독설을 퍼부으려던 키네시스는, 먼저 입을 여는 하얀 마법사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항상 시키던 걸로 시켰습니다.”
‘아오─!’
키네시스는 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상상을 하며 속으로만 비명을 내질렀다. 이게 문제였다.적인 주제에 마치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마냥 평범하게 마주한다는 것이 키네시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앞에 놓여있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키네시스는 흘끗 하얀 마법사를 곁눈질했다. 그는 키네시스가 방 안에 들어올 때부터 줄곧 서류 뭉텅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낯선 안경이 하나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키네시스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다른 의미로서.
두근두근.
평소보다 빨리 뛰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키네시스는 또 다시 속으로 울분을 내질렀다.
‘대체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냐고─!’
요 근래에 들어서 이렇게 하얀 마법사를 보면서 그의 심장 박동은 평소보다 빨리 뛰었다. 머리로는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만은 사실인지라 그로서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커피를 홀짝이며 하얀 마법사를 곁눈질하던 키네시스는,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곁눈질하던 것을 들킨 키네시스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져갔다. 그것을 보면서 하얀 마법사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키네시스는 카페인이 잘 받는 몸인가 봅니다.”
“…뭐?”
“커피 마실 때마다 심장박동 빨라지거나 하지 않으십니까?”
“…네가 어떻게 알아?”
하얀 마법사는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카페인을 잘 받는 분들은 다 그렇습니다.”
하얀 마법사의 말을 들은 키네시스는 뭔가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심장이 두근거렸던 이유가…, 커피 때문이라고?’
천천히 상황을 파악한 키네시스의 머리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강하게 책상을 내리쳤다. 바드득. 책상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키네시스의 입에서 이빨을 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진짜 재수 없어!”
그 말을 끝으로 키네시스는 한 대 때릴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방 안을 빠져나갔다. 창밖으로 카페를 나가면서 씩씩거리는 키네시스를 쳐다보던 하얀 마법사가 짓궂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귀엽다니까요, 키네시스는.”
다음번에는 어떻게 놀려줄까요? 하얀 마법사는 능글맞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키네시스가 남기고 간 커피 잔을 들어 올려 홀짝였다. 분명 아메리카노로 시켰는데 어째선지 커피의 맛이 씁쓸하지 않고 달콤했다. 하얀 마법사의 얼굴에는 좀 전보다도 더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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