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절대로 열릴 것 같지 않을 거 같던 거대한 문이 내가 미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다 됐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이 갑자기 확 열렸고, 나는 떠밀리듯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나를 반긴 것은 발을 디딜 수 없는 암흑의 공간이었다.
“으아아아!”
마치 낭떠러지에 발을 내디딘 것처럼 나는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어둠 속에 유일한 빛이 있던 곳은, 문이 저절로 닫히면서 사라졌다.
끼이이익─. 쿵!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어둠뿐이었다.
얼마쯤 떨어졌을까. 마침내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떨어지는 것을 멈추었다. 마침내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나는, 제대로 확인을 하기 위해 양옆으로 걸음을 옮겨보았다. 다행히 더 이상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 듯싶었다.
‘……온통 새까맣다.’
발이 땅에 닿으니 나는 순식간에 침착함을 되찾았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새삼 이 공간이 깜깜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또 아닌 거 같아, 나는 한 방향을 잡고 무작정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 빛은 뭐지?’
그렇게 또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빛을 발견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자 그곳은 하나의 ‘틈’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쇠사슬이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그 쇠사슬을 내리쳤고, 몇 번에 도전 끝에 마침내 쇠사슬을 끊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쇠사슬이 끊어지자 더 이상 빛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나는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쳐다보았다. 그 빛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밝아서,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지는 그런 빛이었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혹여라도 이상한 곳으로 통하는 길이라면 어떡하지? 아니면 아까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땅이 꺼지거나 하면 어떡하지?
수많은 고민들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상한 곳으로 통하는 길이면 어떠한가. 또 다시 떨어지면 어떠한가. 이런 어둠 속에 갇혀있는 것보다야 빛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천천히 틈을 벌렸다. 내가 힘을 주자 틈이 조금씩 넓어졌고, 더불어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도 더 강해졌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크기가 되었을 때,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여기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시겠습니까?”
주인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두려웠지만,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틈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반긴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허공을 헛발질함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단 한 가지 차이라면, 이번에는 사방이 밝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떨어진 곳이 의외에 장소였다는 것이었다. 떨어지는 게 끝났을 때 나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어느 나무 위였다. 그리고 노을마냥 붉은빛을 띈 나무는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여긴 단풍나무?”
그리고 단풍잎 너머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세상, 그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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