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게 샌 머리와는 다르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을 가진 너를 마주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두근거림은 너를 향한 분노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일까.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들은 의아함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증오가 되고 분노가 되었다. 그리고 싱크홀에서 네가 도망친 후로 나는 항상 너를 떠올리면 그런 감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너를 다시 만나면서 그러한 감정들이 점점 식어갔다. 도시에서 너를 만났을 때, 너를 공격하지 않은 것은 단지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그리고 말없이 너를 따라 카페에 간 것도, 너와 이야기를 나눈 것도 모두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 안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한 짓을 보면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분노가 솟아오르고, 지금 당장이라도 능력을 써서 곤죽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너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와 이야기를 하면서 퉁명스럽게 내뱉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퉁명스러운 말투에 아차 싶은 마음도 들었다. 분명히 적인데. 적인 너인데 왜 이럴까. 그리고….
두근두근.
…낯선 이 두근거림은 무엇일까. 분노일까? 증오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감정일까? 과연 무엇이 내 심장을 이리 두근거리게 만드는 걸까….
길거리를 쏘다니는 사람들처럼 흔한 검은 머리를 위로 세운 당신을 마주하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이 두근거림은 역시 사랑이겠죠.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처음 당신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들은 호기심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흥미가 되고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싱크홀에서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도 당신을 떠올리면 항상 그런 감정들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당신을 찾아갔지요. 길거리에서 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당신이 저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주변에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따라 카페에 따라온 것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 것도 모두 주변인들이 걱정되어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면서는 항상 눈살을 찌푸리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퉁명스러운 말투를 내뱉었지만 그것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적인데 왜 그럴까요.
두근두근.
사실 알고 있습니다. 왜 이러는지. 어째서 당신이 없으면 당신이 보고 싶은지, 당신을 만난 지금이 왜 이리 기쁜지, 당신의 불퉁한 표정과 퉁명스러운 표정이 왜 이리 귀엽게만 보이는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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