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포근히 나를 감싸 안은 바람은 쉽게 나를 떠나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의 포옹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 앞에서,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인가, 프리드.”
휘이이이잉─.
바람이 대답을 하듯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천천히 손바닥을 내밀었고, 그런 내 손바닥 주위로 바람이 몰려들었다. 손을 감싸는 바람이 마치 손을 감싸 쥐는 것 같아 나는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령을 다루는 내가 정작 영혼을 보지는 못 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거 같아.”
만약 내가 영혼을 볼 수 있는 영안을 가졌다면, 내 앞에 있는 너를 볼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끝내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나뿐이었으니까. 프리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수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 그가 아직도 이승에 얽매여 있을 리는 없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 죽음이 당연시 된 거 같아, 프리드.”
프리드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빈병에 편지를 넣어서 바다에 떠내려 보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 편지를 보았다면 수소문해서라도 찾아왔을 프리드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단순히 그마저도 나를 잊었기 때문이라고 애써 위로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더욱 슬펐다.
프리드가 나를 잊는다. 그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검은마법사를 봉인하는 순간 각오한 일이기는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토록 간사했다. 나는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는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내 무릎을 감싸 안았다.느낌은 전혀 달랐지만, 프리드를 안는 것만 같아 일자였던 입매가 살며시 위를 향해 올라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뒤이어 몰려오는 그리움에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프리드…, 보고 싶어.”
무릎에 얼굴을 파묻자 내 몸은 한없이 작아지고, 손 주위를 맴돌던 바람들은 흩어졌다.그것에 씁쓸해하기도 전에 전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은 왜소해진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바람인데 따뜻해. 마치….”
마치, 프리드의 품에 안긴 거 같아.
바람은 나를 감싸 안은 채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떠나갔다. 마치 남아있던 미련을 풀었다는 듯이, 그렇게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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