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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메이플 전력 60분 : Heroes of Maple

by 망각. 2016. 3. 26.

검은마법사가 봉인됐다동료들이 희생당한 대가로써.

검은마법사의 저주로 동료들은 얼음 속에 갇혔다그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이 있는 곳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검은마법사의 저주는 그들이 살아있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그들을 메이플 월드 곳곳에 숨겼다.

아프리엔의 희생으로 나는 부상만을 입은 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는 사람들에게 검은마법사가 봉인되었음을 전했다. 사람들은 검은마법사가 봉인되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우리들을 찬양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우리는 영웅이 되었다그러나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뿐다른 동료들은 생사도 알 수 없고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치사는 나에게로만 쏠렸다.

프리드 님 덕분에역시 프리드 님이셔프리드 님이 없었으면 이미 세상은이게 전부 다 프리드 님 덕분프리드 님만이 진정한 우리들의 영웅.

수없이 많은 공치사가 나에게로 다가왔다절대로 그것이 아니라고 답하면너무 겸손하다는 답까지 돌아왔다.

-아니야정말로 나는 영웅이 아니야.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가슴을 움켜쥐며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내질렀다.밖에서는 드러내지 못하는 나만의 슬픔나만을 향하는 공치사는 오히려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찢어발겼다.

-그럼 내 친구들은검은마법사를 봉인하기 위해 희생된 내 친구들은 뭐가 되는 거지?

영웅은 내가 아니었다영웅은 내 친구들이었다나는 그저 그들의 희생을 방패삼아 살아남은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그들이 있었기에영웅인 내가 있을 수 있는 거였다.

-아프리엔아란메르세데스팬텀루미너스그리고… 나머지 한 명.

검은마법사를 봉인했던 마법이 시전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저주의 희생양이 필요했다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렀다는 것.

그들을 방패삼아 살아남았으면서 온전히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왔다그들을 방패삼아 살아나놓고 온갖 공치사란 공치사를 다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추악하고 더러워만 보였다.

-너희들은이런 나를 용서해줄까?

손에 들고 있는 사진으로 눈물이 떨어졌다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다섯 명밖에 없는 사진의 한 쪽 구석에는 어색한 빈자리가 있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잊힌 너는날 용서할 수 있겠어?

내가 아는 그들이라면아마도 용서하겠지기억은 나진 않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용서를 할 것이다.

-하지만나 스스로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거 같아.

사진 위로 더 많은 눈물자국이 생겨났다나는 사진을 내려다보며 너희들의 얼굴을 눈에 새겼다얼굴뿐만 아니라 너희들의 성격말투습관 같은 모든 것들을 새기려고 노력했다그러면서 점점 흘러내리던 눈물은 줄어들기 시작했고마침내 눈물이 멈추자 슬픈 감정도 덜해졌다슬픔이 가시자 내 머리는 재빨리 돌아갔다.

검은마법사를 봉인했지만 없앤 것은 아니었다검은마법사라면그리고 그의 충성스러운 군단장들이라면 다시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것이 분명했다만약 검은마법사가 돌아온다면 세계는 다시 위험에 쳐한다그리고 위험한 세상에는 언제나 영웅이 필요했다.나는 사진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약속했다.

-잊히게 하지 않을게내가 죽고도몇 십 년몇 백 년몇 천 년이 지나더라도 너희가 잊히지 않게 할게.

이것이 홀로 살아남은 나의 속죄이자 나의 임무였다그러니까.

-그러니까 얘들아앞으로의 미래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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