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마법사가 봉인됐다. 동료들이 희생당한 대가로써.
검은마법사의 저주로 동료들은 얼음 속에 갇혔다. 그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이 있는 곳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검은마법사의 저주는 그들이 살아있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그들을 메이플 월드 곳곳에 숨겼다.
아프리엔의 희생으로 나는 부상만을 입은 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는 사람들에게 검은마법사가 봉인되었음을 전했다. 사람들은 검은마법사가 봉인되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우리들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뿐. 다른 동료들은 생사도 알 수 없고,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치사는 나에게로만 쏠렸다.
프리드 님 덕분에…. 역시 프리드 님이셔…. 프리드 님이 없었으면 이미 세상은…. 이게 전부 다 프리드 님 덕분…. 프리드 님만이 진정한 우리들의 영웅….
수없이 많은 공치사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절대로 그것이 아니라고 답하면, 너무 겸손하다는 답까지 돌아왔다.
-아니야, 정말로 나는 영웅이 아니야.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가슴을 움켜쥐며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내질렀다.밖에서는 드러내지 못하는 나만의 슬픔. 나만을 향하는 공치사는 오히려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찢어발겼다.
-그럼 내 친구들은? 검은마법사를 봉인하기 위해 희생된 내 친구들은 뭐가 되는 거지?
영웅은 내가 아니었다. 영웅은 내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저 그들의 희생을 방패삼아 살아남은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있었기에, 영웅인 내가 있을 수 있는 거였다.
-아프리엔…, 아란…, 메르세데스…, 팬텀…, 루미너스…. 그리고… 나머지 한 명….
검은마법사를 봉인했던 마법이 시전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저주의 희생양이 필요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렀다는 것.
그들을 방패삼아 살아남았으면서 온전히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들을 방패삼아 살아나놓고 온갖 공치사란 공치사를 다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추악하고 더러워만 보였다.
-너희들은…, 이런 나를 용서해줄까?
손에 들고 있는 사진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다섯 명밖에 없는 사진의 한 쪽 구석에는 어색한 빈자리가 있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잊힌 너는…, 날 용서할 수 있겠어?
내가 아는 그들이라면…, 아마도 용서하겠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용서를 할 것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거 같아.
사진 위로 더 많은 눈물자국이 생겨났다. 나는 사진을 내려다보며 너희들의 얼굴을 눈에 새겼다. 얼굴뿐만 아니라 너희들의 성격, 말투, 습관 같은 모든 것들을 새기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점점 흘러내리던 눈물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눈물이 멈추자 슬픈 감정도 덜해졌다. 슬픔이 가시자 내 머리는 재빨리 돌아갔다.
검은마법사를 봉인했지만 없앤 것은 아니었다. 검은마법사라면, 그리고 그의 충성스러운 군단장들이라면 다시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것이 분명했다. 만약 검은마법사가 돌아온다면 세계는 다시 위험에 쳐한다. 그리고 위험한 세상에는 언제나 영웅이 필요했다.나는 사진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약속했다.
-…잊히게 하지 않을게. 내가 죽고도, 몇 십 년, 몇 백 년, 몇 천 년이 지나더라도 너희가 잊히지 않게 할게.
이것이 홀로 살아남은 나의 속죄이자 나의 임무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얘들아…, 앞으로의 미래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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