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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은월른 전력 60분 : 계절

by 망각. 2016. 4. 23.

눈이네.”

하늘에서 하얀 솜 같은 것들이 떨어졌다나는 손을 내밀었고그 위로 떨어지는 눈들을 감상했다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봐왔던 관경이건만나날이 새롭게만 느껴졌다아마도 그 이유는 이렇게 평온하게 내리는 눈을 볼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는 그랬다어둠이 뒤덮은 세상은 계절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날씨가 바뀌었고매일 같이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자연현상만 일어났다그랬기에 지금의 순간이 너무도 평화로웠고새로웠다.

…….”

나는 가만히 손 위로 떨어진 눈들을 내려 보다가 주먹을 쥐었다검은 마법사가 사라지고평온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이 내 곁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엔아란메르세데스팬텀루미너스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심장이 아려오는 탓에 가슴을 움켜쥐었다눈에서는 어느새 눈물 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항상 이랬다다른 친구들을 떠올릴 때도 충분히 슬펐지만유난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를 떠올릴 때면 이렇게 가슴이 아파왔다.

나를 대신해서 희생한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그럼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하지만 나는 곧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나는나는 그를 좋아했던 것이다그래서 그가 없는 지금의 현실에 심장이 울부짖는 것이었고좋아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리지도 못하는 작금의 현실에 심장이 찢겨나가는 것이었다.

.

심장박동이 귀에 들려올 정도로 커졌다심장이 뛸 때마다 온 몸이 고통스러웠고추운 겨울날임에도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고통이 조금씩 사그라졌다나는 여전히 나무에 등을 기댄 채로 고개를 하늘로 올렸다눈이 내리는 하늘은잿빛 먹구름으로 가득했다나는 잿빛 먹구름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아해.’

과연 나는 그가 옆에 있을 때이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아니못 했을 것이다애초에 검은 마법사를 쓰러트리는 데 실패했을 때봉인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던 나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옆에서 그저 웃기만 했을 테지이 마음은 꼭꼭 숨긴 채로남들에게 그러했듯이 그저 웃기만 했을 것이다여전히 먹구름을 올려다보고 있는 내 눈에서 또 다시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이번에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해너를 희생시켜서그래놓고 기억하지도 못 해서그리고좋아한다고 말해주지 못 해서 미안해.’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네가 기뻐할지 난감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정말정말 가슴이 시려올 정도로 미안한 감정에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로 눈물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