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으음, 지금 몇 시지?”
느닷없이 잠에서 깬 나는 서랍 위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그것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전원 버튼을 누른 적도 없는데 휴대폰은 켜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 쓰기보다는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2시 27분.
“뭐야. 아직 새벽이잖아. 대체 왜 깬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의 전원을 끌려하는데 휴대폰 상단에 메시지가 왔다는 아이콘이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단의 스크롤바를 내리니 메시지가 온 시간이 방금 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보냈는지와, 어떤 내용으로 보냈는지까지.
「잠시 만나지 않겠습니까, 키네시스? - 또라이」
나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메시지를 눌러서 메시지 창으로 들어갔다. 내가 메시지 창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상대는 재차 메시지를 보냈다.
「역시 안 자고 있었군요. 확인한 거 아니까 집 밖으로 나오십시오.」
나는 울컥해서 재빨리 상대에게 답장을 보냈다.
「네가 쓸데없이 메시지를 보내니까 깬 거잖아!」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태연했다.
「그렇습니까? 뭐, 그러면 어떻습니까. 깨어난 김에 나오십시오. 분수공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 미친놈은 왜 새벽에, 그것도 이렇게 먼 곳으로 불러내는 거야?”
투덜대면서도 결국 나는 나가기 위한 채비를 했다. 간단히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나는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다시 창문을 닫은 나는 초능력으로 창문을 잠근 뒤에 내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새벽이니까 보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분수공원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동안 땅에서 자동차 불빛이나,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건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더 높이 날아올랐다.
하늘이 꽤나 쌀쌀했음에도 나는 꽤나 기분이 상쾌했는데, 그것은 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 때문이었다. 땅하고 하늘하고 별반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은 들지만, 어째선지 오늘 따라 유난히 별들이 많이 보였던 탓에 나는 분수공원으로 향하면서도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분수공원에 당도하자 나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분수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도 보이지 않자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미친놈은 지가 불러놓고 왜 없어.”
“미친놈이라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당황하여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수 뒤에서 걸어 나오는 하얀 마법사가 있었다.
“…거기 있었냐.”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습니다.”
“애초에 내가 여기 올 이유는 없잖아.”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오지 않으셨습니까.”
후후 웃으면서 대답하는 그의 얼굴을 퉁명스럽게 쳐다보던 나는, 결국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래서 왜 부른 거야?”
“그냥요.”
“…뭐?”
“그냥 불렀다고요.”
“너…!”
내가 뭐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하얀 마법사는 내 손목을 잡고 나를 분수대로 끌어당겼다. 저항 한 번 못하고 분수대에 앉혀진 나는 하얀 마법사의 손길을 따라 얼굴을 하늘을 향해 젖혔다. 그러자 아까 보았던 밤하늘과 함께 미소 짓고 있는 하얀 마법사의 얼굴이 보였다.
“어떻습니까? 운치 있지 않습니까?”
“운치는 개뿔…!”
대꾸하려는데 갑자기 하얀 마법사의 얼굴이 가까이 오더니 곧이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나는 당황하여 눈을 휘둥그레 떴고, 하얀 마법사는 입술을 떼면서 짓궂게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어떻습니까? 아직도 운치가 안 느껴지십니까?”
“너…, 너….”
갑자기 몸이 후덥지근해졌다. 얼굴로는 피가 쏠리는지 땀까지 났다. 내가 당황하여 똑바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하얀 마법사가 짙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저는 이만 가봐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하얀 마법사는 순식간에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얀 마법사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아까의 감촉을 떠올리고는 손등으로 입술을 가렸다. 얼굴은 금세 떠지기라도 할 것처럼 뜨거웠다.
“제길….”
나는 작게 욕지거리를 하며 입술에 붙였던 손등을 떼어냈다. 손등을 떼어냈음에도 여전히 아까의 감촉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입 안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맛이 감돌았다.
‘달콤해….’
달콤한 맛이 한동안 내 입 안에 감돌았다. 나는 그 자리에 뿌리박힌 듯이 한 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런 내 머리 위로 새하얀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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