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60분

안즈 전력 60분 : 톱니바퀴

망각. 2016. 8. 20. 20:51

사람의 몸은 기계와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계보다는 유연성이 좋지만 어쨌든 간에 기계처럼 어느 부분 한 곳이 망가지면 그것이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 마치 그것은 톱니바퀴 하나가 잘못되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는 기계와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몸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날쌔고 멀쩡했지만 감정을 담당하는 톱니바퀴 한 개가 빠진 것처럼 무뚝뚝해졌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큰 톱니바퀴 한 개가 빠져버렸으니 더 이상 그 부분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세실리아라는 존재가 사라진 자리를 세 명의 가족들이 채워줬으면 했다.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도 컸지만, 세 개의 작은 톱니바퀴가 그 자리를 매꾸어 줄 수 있을 거라 살짝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톱니바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날이 잔뜩 서있는 나의 톱니바퀴는 다른 이의 톱니바퀴와 쉽게 맞물리지 않았다. 특히나 그 상대가 나와 맞물릴 생각조차 없다면 그것은 서로의 톱니를 마모시키기만 할 뿐 함께 굴러가지 못한다.

아마 그 빈자리를 채워줄 톱니바퀴는 다시는 없을 것이며 나는 이렇게 혼자 살아가다 여생을 마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 안즈, 뭐하냐. 빨리 안 일어나냐!”

왜 재촉하고 그래요. 안즈 씨 피곤하신 거 같은데.”

너는 왜 나 깨울 때는 난리더니 안즈 깨울 때는 편들어 줘.”

렌 씨는 매일 늦잠 주무시니까 그렇죠.”

나는 티격태격하는 두 목소리 때문에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가 조금씩 걷히고 나서야 나는 침대 옆에서 투닥투닥 대는 둘을 볼 수 있었다. 렌과 미림이. 서로를 향해 투닥거리던 둘은 내가 눈을 뜨자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우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이제 좀 잠이 깨냐?”

안즈 씨, 잘 주무셨어요?”

나는 갸르릉거리는 고양이처럼 몸을 옆으로 돌려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웅얼거렸다.

.”

, 갑자기 왠 어리광이야, 사내 놈이 징그럽게.”

말을 또 왜 그렇게 해요?”

너는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기분 나쁘냐?”

황당하다는 듯이 되받아치는 렌에게 미림이가 또 다시 퉁명스레 대꾸하면서 둘은 다시 티격태격했다. 어째선지 그 모습이 즐거워서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고는 한 쪽 눈만으로 힐끔 그들을 쳐다보았다.

세실리아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들. 나의 날 선 톱니와 맞물려주는 고마운 친구들. 그들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