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안즈 : 장난스럽게
“할 말 없냐?”
“저…, 그게…, 미안….”
“그것뿐이에요?”
“…….”
병상 침대에 앉아있는 파란 머리의 소년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는 두 청년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있었다. 각각 금색의 머리와 연한 다갈색의 머리를 가진 청년들은 그런 소년을 매서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고, 소년은 그들과 눈을 맞추지 못하며 죄스러운 표정만 지었다.
그런 그의 앞에 있는 두 청년, 렌과 미림이는 결국 한숨을 쉬며 머리를 털거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침대 옆에 의자에 앉은 미림이는 안즈의 손을 양손으로 쥐며 속상한 듯이 말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안즈 씨가 아프면 저희도 아프다고요. 그런데 병상에 계실 정도로 능력을 쓰시면 옆에 있는 저희는 어떻겠어요.”
“…미안해.”
안즈가 차마 미림이를 쳐다보지는 못한 채로 중얼거리자 미림이는 더욱 속상한 표정으로 말없이 그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옷소매 아래로 언뜻 보이는 흉터로 향했다. 뒤늦게 그것을 알아챈 안즈는 어색하게 옷소매를 내려서 그것을 감췄고, 미림이는 금방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둘 중에 아무나 좀 와보겠니?”
“아, 네! 제가 가볼게요.”
때마침 보건교사가 침대로 걸어오며 말을 건 덕분에 미림이가 우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보건교사와 함께 미림이가 자리를 뜨자 그 때까지 머리만 박박 긁어대던 렌은 그제야 안즈에게 다가가 흘끗 쳐다보면서 안즈의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렸다.
“이제 좀 괜찮냐?”
“응…, 괜찮아.”
렌은 그의 머리를 쓸어 올리던 손을 갑자기 주먹으로 바꿔지고는 그대로 안즈의 정수리로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살짝 아플 정도로만 툭 친 렌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괜찮기는 무슨.”
“아야.”
안즈가 머리를 감싸자 렌은 이번에는 침대에 한 쪽 다리를 올리고 안즈의 손을 내려서 머리를 박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안즈는 눈을 찔끔 감았고 렌은 이번에는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만 살짝 대는 것으로 시늉을 멈췄다. 서로의 이마가 닿은 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안즈가 슬며시 눈을 떴고, 그것을 보며 렌이 씨익 웃었다.
“그래도 체온은 정상이네. 몸은 어때?”
“괜찮아. 진짜로….”
“알았어. 알았어. 믿을 테니까 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지 좀 마라.”
안즈는 어떤 이유인지 모를 이유로 볼을 불그스레하게 밝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렌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퍼졌고 곧 그는 기습적으로 안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으읍?”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란 안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고 얼굴 전체가 잘 익은 홍시마냥 불그스레하게 타올랐다. 그러다가 이내 안즈가 붉어진 얼굴 그대로 눈을 감으며 렌의 입맞춤을 받아들이고, 장난으로 시작했던 입맞춤을 안즈가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렌은 그것을 좀 더 길게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