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른 전력 60분 : 빛
“프리드에 대해서 알려주라고?”
“네, 프리드 님이 어떤 분이였을지 궁금해요.”
나는 옆에 앉아있는 소년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하늘로 올렸다. 그런 내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일이 재생되었다.
과거의 나는 이름 하나 없는, 어느 농가에 머물고 있는 한 청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특별하다면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정령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내 주위에는 정령이 가득했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나는 몬스터를 만나거나 하게 되면 정령을 사용해서 맞서거나 도망을 쳤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나는 강해졌고, 마을을 들렀던 모험가들에 의해 조금씩 소문이 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구경을 하러 왔다가 제 갈 길을 갔다. 누구도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온 사람은 없었다. 그저 정령을 다루는 흥밋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은 달랐다.
“네가 그 유명한 정령사야?”
그는 첫인상부터 남들과 달랐다. 밝은 갈색 빛의 머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진한 청안은 호수의 표면처럼 맑게 반짝였다. 평소였으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을 내가 대답을 했던 것은 아마도 그런 프리드의 반짝이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내가 그 정령사야.”
“헤에, 맞구나. 반가워, 나는 프리드야.”
나에게 내밀어지는 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 프리드가 웃으며 말했다.
“…보통 이럴 때는 같이 손 잡아주는 건데.”
그동안 사람들과의 왕래가 없던 터라 그런 것에 대해 몰랐던 나는 어색하게 한 손을 내밀었다. 내가 주춤거리자 프리드는 자신의 손을 뻗어 내 손을 맞잡았고, 그대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재차 인사했다.
“내 이름은 프리드야, 앞으로 잘 부탁해.”
“…마음대로.”
프리드는 무뚝뚝한 내 대답에도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대꾸했다.
“이름은 안 가르쳐줄 거야?”
“……미안하지만 가르쳐줄 이름이 없어.”
그제서야 프리드의 얼굴에서는 미소 대신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는 잠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가,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지어줘도 될까?”
“……?”
“─, 어때?”
“─?”
나는 프리드가 지어준 이름을 몇 차례 발음해보았다. 마음에 들었다. 이 농가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자라왔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이름이란 것을 지어준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것이 프리드였다.
이름을 지어준 프리드는 한참을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났고, 다음 날이면 또 다시 나를 찾아와 일을 도와주고, 내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이는 점점 가까워져갔고, 결국 나는 검은 마법사에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모으고 있다는 그를 따라나섰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프리드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고, 프리드를 따라 나섬으로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돌이켜보면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 행복한 시간의 중심에는 프리드가 있었다.
“…은월 님?”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 하늘로 올렸던 시선을 다시 옆으로 돌렸다. 옆에는 프리드를 닮은 맑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년, 에반이 있었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다가 곧 피식 웃음을 흘렸다. 검은 마법사를 봉인하기 위해 나를 희생했던 탓에 먼 미래로 온 나에게는 이제 새로운 이름이 생겼고,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드 말이지…. 그래,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빛이었어. 누구나 따라가게 만드는 그런 빛이었지.”
나의 빛은 언제나 너일 거야, 프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