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60분

은월른 전력 60분 : 빛

망각. 2016. 3. 26. 13:33

프리드에 대해서 알려주라고?”

프리드 님이 어떤 분이였을지 궁금해요.”

나는 옆에 앉아있는 소년을 쳐다보다가시선을 하늘로 올렸다그런 내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일이 재생되었다.

과거의 나는 이름 하나 없는어느 농가에 머물고 있는 한 청년에 불과했다하지만 특별하다면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바로 정령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내 주위에는 정령이 가득했고시대가 시대인지라 나는 몬스터를 만나거나 하게 되면 정령을 사용해서 맞서거나 도망을 쳤다그러다보니 저절로 나는 강해졌고마을을 들렀던 모험가들에 의해 조금씩 소문이 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구경을 하러 왔다가 제 갈 길을 갔다누구도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온 사람은 없었다그저 정령을 다루는 흥밋거리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만은 달랐다.

네가 그 유명한 정령사야?”

그는 첫인상부터 남들과 달랐다밝은 갈색 빛의 머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진한 청안은 호수의 표면처럼 맑게 반짝였다평소였으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을 내가 대답을 했던 것은 아마도 그런 프리드의 반짝이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내가 그 정령사야.”

헤에맞구나반가워나는 프리드야.”

나에게 내밀어지는 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프리드가 웃으며 말했다.

보통 이럴 때는 같이 손 잡아주는 건데.”

그동안 사람들과의 왕래가 없던 터라 그런 것에 대해 몰랐던 나는 어색하게 한 손을 내밀었다내가 주춤거리자 프리드는 자신의 손을 뻗어 내 손을 맞잡았고그대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재차 인사했다.

내 이름은 프리드야앞으로 잘 부탁해.”

마음대로.”

프리드는 무뚝뚝한 내 대답에도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대꾸했다.

이름은 안 가르쳐줄 거야?”

……미안하지만 가르쳐줄 이름이 없어.”

그제서야 프리드의 얼굴에서는 미소 대신에 당혹감이 떠올랐다그는 잠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가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지어줘도 될까?”

……?”

어때?”

?”

나는 프리드가 지어준 이름을 몇 차례 발음해보았다마음에 들었다이 농가에서 태어나오랜 시간 이곳에서 자라왔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이름이란 것을 지어준 적이 없었다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것이 프리드였다.

이름을 지어준 프리드는 한참을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났고다음 날이면 또 다시 나를 찾아와 일을 도와주고내 말동무가 되어주었다그러면서 우리 사이는 점점 가까워져갔고결국 나는 검은 마법사에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모으고 있다는 그를 따라나섰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프리드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고프리드를 따라 나섬으로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돌이켜보면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었고그 행복한 시간의 중심에는 프리드가 있었다.

은월 님?”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 하늘로 올렸던 시선을 다시 옆으로 돌렸다옆에는 프리드를 닮은 맑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년에반이 있었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다가 곧 피식 웃음을 흘렸다검은 마법사를 봉인하기 위해 나를 희생했던 탓에 먼 미래로 온 나에게는 이제 새로운 이름이 생겼고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하지만 여전히.

프리드 말이지그래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빛이었어누구나 따라가게 만드는 그런 빛이었지.”

나의 빛은 언제나 너일 거야프리드.